본문 바로가기

interior

디자인개념 개발(concert development) -1

디자인 컨셉이란?

 컨셉(concept)은 프로젝트가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디자인 요소를 해결하기 위한 독창적인 자기 논리 혹은 아이디어를 말한다. 여기서 '여러 가지 디자인 요소'란 클라이언트(혹은 발주처)의 요구사항, 부지의 특수성, 관련법규, 기존 유사사례의 문제점, 디자이너의 디자인철학 등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컨셉은 디자인 과정에서 풀어야 하는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며, 디자인 결과물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논리의 바탕(background)이다. 그 논리는 자신의 생각으로만 머물지 않고 효과적으로 표현되어 상대방의 공감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그런데 컨셉은 저절로 형성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 디자인을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 컨셉은 무척 까다롭고, 어디에서 생각을 시작해야할지 몰라 당황스럽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전까지 별개의 것으로 존재하던 생각들을 적절하게 통합시켜 주며 복합적인 디자인 요소들을 일거에 해석할 수 있는 컨셉을 포착하기 위해서는 집중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생각이 깊지 않은 단순 논리를 가지고 억지 주장은 가능하겠지만, 상대방을 설득하지는 못한다.

 

 

살아 있는 컨셉

 앞서 말한 '단순 논리'라고 하는 것은 'A=B'라고 단순하게 정의되는 논리 구조를 일컫는다. 이것은 이미 정의되어 있는 일반적인 생각이나 사전적인 정의를 가져와 적용하는 것이다. 하나의 고착화되어버린 의미로 대상을 바라보고 남들과 똑같이 정의내리는 방식이므로, 이해하는 데 어려움은 없으나 더 이상의 다양하고 새로운 생각을 담지는 못한다. 단적으로 말해, '독창성(originality)'이 없는 생각이다. 예를 들어, 태극기는 곧 '충성을 다해야 할 국가의 상징이다'라는 명중한 정의가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이러한 인식하에서는 감히 태극기를 찢거나 불태워서는 안 되며, 국기에 대한 경계를 할 때 무의식으로 가슴에 손이 올라간다. 하지만 이 경우의 태극기는 차갑게 표상화되어 있는 상징물일 뿐이다. 그런데 2002년 월드컵 축구경기가 치러지고 있을 때, 이 태극기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 태극기는 옷이 되고, 승리의 깃발이 되고, 민족의 중심이 되었다. 태극기가 가진 본래의 살아 있는 의미들이 여러 가지 모습으로 되살아난 것이다. 어느 누구도 태극기로 옷을 만든 것에 대해 지적하지 않았다. 도리어 그것을 보면서 즐거워했고, 하나의 민족이라는 동질감을 느꼈다. 태극기가 가지는 의미가 살아 움직인 것이다. 이것이 바로 '살아있는 컨셉'으로서의 디자인인 것이다. 다시 말해, 살아 있는 컨셉은 'A=B'가 아니라, 숨겨져 있던 본래의 의미를 새롭게 드러내면서도 다양하게 만나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서 살아 있는 컨셉은 무한한 의미를 복합적으로 보여주는 'A=∝'인 것이다.

 단순 논리가 아니라 복합적 의미를 내포하는 살아 있는 컨셉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대상이나 사건을 꿰뚫어 보는 시적인 상상력과 사유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것은 결코 쉽게 얻어지는 능력이 아니다. 자신 속에 있는 개성을 믿으며, 다양한 경험과 고뇌의 에너지를 쌓고 쌓아야 서서히 생각의 힘이 여물어간다. 그리고 매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마다 진지하고 자유로운 상상력을 발위해나간다면, 남들과 다르면서도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좋은 컨셉을 산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출처: 하우징디자인핸드북